This column was originally published by the Donga Daily (동아일보) on May 08, 2018.
지난달 한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에 주는 지원을 중단했다. USKI는 폐쇄됐다. USKI는 한국 정부가 보수적인 원장과 부원장을 바꾸고 싶어 했다고 주장했고, KIEP는 USKI가 예산을 불투명하게 운영해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역사적 발전들이 있는 시기다. 이런 시기에 중요한 연구소가 폐쇄된다는 사실은 한국 외교, 특히 공공외교에 두 가지 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하나는 촛불 혁명으로 대통령이 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좋은 사례로 세계에 알린 문재인 정부를 실용주의자처럼 보이게 한다. 둘째는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미국 그리고 세계에 설명할 하나의 중요한 매체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외교 기획에 나오는 중요한 목표 중에는 ‘한국학 진흥 및 한국어 보급 확대’ 그리고 ’주요국 대상 우리 정책에 대한 이해도 제고’가 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애써 왔던 공공외교팀엔 큰 타격”이라며 “당분간 여론이 좋지 않아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을 접촉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외교 분야 공무원들도 연구소가 폐쇄된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진 것이다. 바로 한국 공공외교에 미칠 영향을 미리 생각했느냐 하는 점이다.
2016년에 발효된 공공외교법은 공공외교위원회를 만들도록 했다. 공공외교 관련 일을 하는 다양한 정부 부처 간 협력을 주관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학중앙연구원, KIEP 등 많은 기관이 한국학을 세계에 널리 펼치는 일을 해왔지만, 아직까지는 많이 겹침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에 협력이 부족했다. 외교부 장관이 회장으로 있는 공공외교위원회의는 바로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범정부적 관점에서 더 효율적인 공공외교를 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위원회인 것이다. 작년에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제1차 대한민국 공공외교 기본계획(2017∼2021년)이 만들어졌지만 아직까지도 많이 활발해지진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공공외교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게 되면 모든 부처는 중복되는 업무를 협력해 처리함으로써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 USKI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생길 경우 한국 외교 그리고 공공외교에 미칠 영향까지도 하나의 요소로 계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USKI 지원 중단을 계기로 한국이 짚어보아야 할 것은 그 결정이 맞았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공공외교를 위해 활발한 공공외교위원회 활동으로 부처 간 협력을 한 단계 더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위에 언급한 한국학 확대 및 한국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한국 정부 산하 기관들이 지원하는 한국학 관련 연구프로젝트, 연구소, 학과, 어학당 등도 정부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야 해외에서 더욱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다른 생각을 하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럴 때 해외에서도 오히려 한국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인식하게 된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곳은 이러한 외부 기관 혹은 연구원들이 아니라 외국에 주재하는 한국 공관들이다.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는 신뢰성을 높이고 한국 공공외교에 도움이 된다.